BGM :♭ EPIK HIGH/Lullaby For Cats
새끼 세 마리를 먹여 살리느라 영역 싸움을 일삼던 어미가 있었다. 세 마리 중 한 놈은 내가 신문지를 구겨서 던져주니 잘도 갖고 놀았다. 그 가족은 번듯한 집을 장만하지 못해 밤에만 겨우 반지하 창가에 몸을 숨겼다. 남의 집이라 나도 눈치를 보았다. 달이 우리 집 옥상에 도착하면, 나는 도둑으로 변신했다. 울음소리가 신호였다. 남의 집 담벼락에 사료를 담은 플라스틱 용기를 몰래 놓았다. 대충 십 분 정도 지나면 사료 특유의 비린내만 남았다.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분위기를 반드시 연출하며 쓰레기를 수거했다. 나는 그런 식으로 남의 집 담벼락을 훔쳤다. 치고 빠지는 행위를 몇 번 반복하다 변화를 인지했을 땐 이미 사라진 후였다. 낯선 고양이가 들어왔다.
살아 있는 길냥이들은 늘 보였다. 하지만 죽은 고양이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. 음식 쓰레기봉투를 뜯어대는 골칫덩어리들은 보았지만 구더기에 먹히는 시체는 본 적 없다. 길고양이에게 종종 반가움을 표했지만 그들은 늘 경계하기 바빴다. 사람 손을 타면 해코지 당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더 이상 아는 척하지 않았다.
나는 여전히, 그리고 아주 가끔 도둑을 자처한다.
그들은 여전히, 그리고 항상 경계심을 잃지 않는다.
먹고살아야 하는 굴욕. 그 고단함이 어디서, 어떻게 끝을 맞이했는지.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다. 이건 좀 으스스하다고 생각했다. 낯선 고양이가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고양이가 사라지고 아무렇지 않게 낯선 고양이가 또 들어오는 일련의 과정이, 스릴러 소설의 발단처럼 느껴졌다. 하지만 나는 사건에 파고들어 해결할 탐정 깜은 안되므로.
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, 어쩌면 적선하듯이 이마트에 들러 캔 사료를 산다. 나의 또 다른 이름은 방관자다.
/2019.02.19. 05:10